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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작가들의 기상천외한 필명들 – 이름 뒤에 숨겨진 이야기

by BOOK도니 2025. 3. 5.

문학 역사에서 ‘필명(筆名, Pseudonym)’은 단순한 가명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의 정체성을 감추고, 새로운 개성을 부여하며, 때로는 사회적 억압을 극복하기 위한 창의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역사적으로 많은 작가들이 필명을 사용해왔으며, 그 이유는 다양하다. 검열과 탄압을 피하기 위해, 성별이나 출신을 감추기 위해, 혹은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면서 기존 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필명이 선택되었다.

어떤 작가들은 단순히 자신의 이름을 변형한 필명을 사용했지만, 일부는 기상천외한 이름을 선택하며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때로는 독자들이 필명과 실제 인물을 동일하게 생각하게 만들었고, 어떤 경우에는 필명이 오히려 실제 이름보다 더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번 글에서는 세상을 바꾼 작가들의 독특한 필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기 위해 필명을 사용한 작가들, 둘째, 한 명의 작가가 여러 개의 필명을 사용한 경우, 마지막으로 필명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스터리가 된 사례들을 분석한다. 이들을 통해 필명이 단순한 가명이 아니라, 문학 세계에서 얼마나 강력한 도구로 작용했는지를 알아보자.

세상을 바꾼 작가들의 기상천외한 필명들 – 이름 뒤에 숨겨진 이야기
세상을 바꾼 작가들의 기상천외한 필명들 – 이름 뒤에 숨겨진 이야기

사회적 제약을 뛰어넘은 작가들 – 필명으로 편견을 극복하다

1) 성별을 숨기기 위해 필명을 사용한 여성 작가들

문학의 역사는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세계였다. 여성 작가들은 작품을 발표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야 했고, 독자들은 여성 작가의 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여성 작가들은 남성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했다.

조지 엘리엇(George Eliot) – 메리 앤 에번스의 문학적 도전

본명은 ‘메리 앤 에번스(Mary Ann Evans)’로, 19세기 영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문학계에서 여성 작가가 진지한 평가를 받지 못하던 시절, 남성 필명을 사용해 『미들마치(Middlemarch)』, 『아담 비드(Adam Bede)』 같은 걸작을 발표했다.

초기에는 필명 덕분에 문학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후에는 그녀의 문학적 실력이 필명을 뛰어넘어 평가받게 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여성 캐릭터의 심리적 깊이와 현실적인 묘사로 유명하며, 필명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더욱 강하게 전달했다.

브론테 자매 – 문학적 자유를 얻기 위한 필명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 앤 브론테(Anne Brontë)는 커런 벨(Currer Bell), 엘리스 벨(Ellis Bell), 액턴 벨(Acton Bell)이라는 남성 필명을 사용했다.

『제인 에어(Jane Eyre)』,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등의 걸작은 이 필명들로 출간되었으며, 여성 작가로서 겪는 차별을 피할 수 있었다.

브론테 자매들은 필명 덕분에 자신의 작품들이 문학적 가치로 평가받을 기회를 얻었으며, 후에 그들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는 이미 고전이 되어 있었다.

2) 정치적 이유로 필명을 사용한 작가들

필명은 검열과 탄압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활용되었다. 정부의 감시를 받거나, 특정한 정치적 상황에서 본명을 사용할 수 없었던 작가들은 필명을 사용하여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다.

볼테르(Voltaire) – 계몽주의 사상의 선봉장

본명은 ‘프랑수아 마리 아루에(François-Marie Arouet)’로,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이자 작가였다.

당시 프랑스 왕정과 가톨릭 교회는 강력한 검열을 시행하고 있었으며, 그는 이를 피해 ‘볼테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캉디드(Candide)』 같은 작품을 통해 종교적 위선과 왕정의 부패를 비판했으며, 그의 글은 필명을 사용한 덕분에 더 널리 퍼질 수 있었다.

볼테르는 필명을 통해 사상의 자유를 지키고,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마르크 트웨인(Mark Twain) – 풍자의 대가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Samuel Langhorne Clemens)’이며, 그의 필명 ‘마크 트웨인’은 미시시피 강에서 수심을 측정하는 항해 용어에서 유래했다.

그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과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을 통해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부패를 풍자했다.

필명 덕분에 그는 작가로서의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었으며, 독자들에게 더 친숙한 느낌을 주었다.

그의 유머러스한 문체와 날카로운 사회 비판은 필명과 결합되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3) 인종적·사회적 차별을 피하기 위해 필명을 사용한 사례

필명은 특정 인종이나 사회적 배경 때문에 창작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작가들에게도 중요한 도구였다.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 – 필명 대신 글로 투쟁한 흑인 작가

미국의 흑인 작가이자 인권 운동가였던 제임스 볼드윈은 본명을 사용했지만, 필명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물이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 흑인 작가들은 출판사에서 외면당하거나 가명으로 출간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았다.

볼드윈은 필명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루었지만, 그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많은 흑인 작가들은 필명을 사용하여 차별을 피하고 문학 활동을 이어갔다.

미국 이주 노동자 작가들 – 익명으로 남아야 했던 문학의 목소리

20세기 초, 미국 이주 노동자 작가들은 종종 필명을 사용해야 했다. 출신 국가나 노동 계층의 정체성이 드러나면 출판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필명을 사용함으로써 이들은 미국 문학계에서 ‘주류 작가’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고, 작품이 더욱 널리 퍼질 수 있었다.

한 명의 작가, 여러 개의 필명 – 문학적 실험과 변신

1) 장르와 스타일에 따라 필명을 달리한 작가들

일부 작가들은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위해 여러 개의 필명을 사용했다. 필명은 단순히 가명이 아니라, 하나의 창작 도구로 활용되었으며, 작가들은 이를 통해 새로운 문체나 장르에 도전할 수 있었다.

스티븐 킹(Stephen King) & 리처드 바크먼(Richard Bachman)

스티븐 킹은 1970~80년대에 너무 많은 작품을 발표하여 독자들의 피로감을 유발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리처드 바크먼’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여 『레이지(Rage)』, 『더 롱 워크(The Long Walk)』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필명이 공개된 후, 리처드 바크먼의 작품들은 다시 주목받았고, 독자들은 필명이 스티븐 킹의 또 다른 창작 실험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J.K. 롤링(J.K. Rowling) & 로버트 갤브레이스(Robert Galbraith)

『해리 포터』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J.K. 롤링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녀는 범죄 소설 『쿠쿠의 알람(The Cuckoo’s Calling)』을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다.

초기에는 신인 작가로 평가받았으나,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책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2) 같은 작가지만 완전히 다른 필체를 가진 필명들

일부 작가들은 필명을 사용할 때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문체와 서술 방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 다국어 필명 실험

베케트는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로도 작품을 집필했다.

프랑스어로 쓴 작품들은 본명 대신 ‘앙드레 루이스(André Luise)’라는 필명을 사용하여 발표했다.

그는 언어마다 다른 문체와 분위기를 활용하며, 필명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을 실험했다.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 다중 인격 필명(헤테로님) 실험

페소아는 단순한 필명이 아닌, 완전히 다른 작가 인격을 창조하는 방식으로 필명을 사용했다.

그는 알베르토 카에이로(Alberto Caeiro), 리카르도 레이스(Ricardo Reis), 알바로 드 캄포스(Álvaro de Campos) 등의 필명을 만들었다.

각 필명은 서로 다른 성격과 문체를 가졌으며, 독립적인 세계관을 지니고 있었다.

3) 필명을 통해 사회적 실험을 한 작가들

필명을 단순한 익명성이 아니라, 사회적 실험 도구로 활용한 작가들도 있었다.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 – 익명성을 유지한 베스트셀러 작가

『나의 눈부신 친구』 시리즈로 유명한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의 신원을 숨기고 있다.

그녀는 “작품이 작가보다 중요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익명성을 유지해왔다.

필명을 통해 작품 자체의 평가에 집중하도록 만들었으며, 이는 독자들에게 더욱 신비로운 매력을 주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 – 가짜 정체성을 실험한 작가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였지만,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그는 『카탈로니아 찬가』, 『동물농장』 등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으며, 필명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글쓰기를 실현했다.

필명을 사용하여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다양한 계층과 환경에서 사회적 실험을 진행하며 작품의 현실성을 높였다.

필명 자체가 하나의 미스터리가 된 사례들

필명을 사용한 작가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정체를 끝까지 감추었고, 이로 인해 필명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스터리가 되었다. 독자들은 필명의 뒤에 숨겨진 작가의 실제 정체를 궁금해하며 추측을 반복했고, 때로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우, 필명은 단순한 가명이 아니라 독자들과 문학계 전체를 뒤흔든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다.

1)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 – 신비 속의 베스트셀러 작가

『나의 눈부신 친구』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엘레나 페란테는 그녀의 실제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작품이 작가보다 중요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익명성을 유지했다.

문학계와 언론은 그녀의 정체를 밝히려 했으나, 그녀는 공식적인 인터뷰나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2016년, 한 이탈리아 기자가 그녀의 신원을 추적해 폭로를 시도했으나,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으며 확정된 바 없다.

필명 자체가 미스터리가 되면서, 그녀의 작품은 더욱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필명이 문학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 정말 존재했을까?

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극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시, 그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일부 학자들은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에 대해 논쟁하며, 그의 작품이 사실은 여러 명의 작가가 공동 집필한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셰익스피어가 쓴 것으로 알려진 희곡과 시들이 귀족 출신의 작가들(예: 프랜시스 베이컨, 크리스토퍼 말로우, 에드워드 드 베어 등)이 실제 집필한 것이며,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은 단순한 가명일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있다.

아직까지 확실한 증거는 없으나, 이 논쟁은 문학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미스터리 중 하나이다.

3) 토마스 핀천(Thomas Pynchon) – 살아 있는 전설, 보이지 않는 존재

『중력의 무지개(Gravity’s Rainbow)』로 유명한 미국 작가 토마스 핀천 역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60년대부터 활동해왔지만, 공식적인 인터뷰는 물론이고, 공개석상에도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일부 팬들은 그가 실존하지 않는 인물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으며, 심지어 그가 여러 명의 작가가 협업한 공동 필명이라는 설까지 제기되었다.

그의 익명성은 그의 작품과 맞물려 더욱 강한 신비감을 형성했고, 필명 자체가 거대한 문학적 게임의 일부가 되었다.

4)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 다수의 필명으로 활동한 정치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정치가이자 과학자였지만, 동시에 여러 개의 필명을 사용하여 사회 비판적 글을 남겼다.

그는 ‘사일런스 두굿(Silence Dogood)’, ‘리처드 손더스(Richard Saunders)’, ‘폴리 베이커(Polly Baker)’ 등의 필명을 사용하며, 정치·사회 풍자글을 익명으로 발표했다.

‘사일런스 두굿’이라는 필명으로 신문에 실린 편지는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당시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 인물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의 필명들은 단순한 가명을 넘어 익명으로 사회적 논쟁을 이끌어내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5) B. 트라벤(B. Traven) – 정체를 끝까지 숨긴 작가

『죽음의 배(The Death Ship)』, 『면화 따는 사람들(The Cotton Pickers)』 등으로 유명한 작가 B. 트라벤은 그의 신원을 끝까지 숨겼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집필 활동을 했으며, 그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인터뷰나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

일부 연구자들은 그의 본명이 ‘오토 페이게(Otto Feige)’ 혹은 ‘레트 마리우스(Ret Marut)’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의 신비로운 필명과 익명성은 그의 작품 자체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웠다.

결론

필명은 단순한 가명을 넘어 문학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미스터리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 일부 작가들은 필명을 통해 자유로운 창작을 실현했고, 일부는 신원을 철저하게 감춘 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신비롭게 만들었다.

이처럼 필명이 단순한 숨김의 수단이 아니라, 문학적 실험과 미스터리의 요소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필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작가들의 정체를 추적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흥미로운 문학적 여정이 될 것이다.